쇼그렌증후군은 흔히 ‘눈이 마르고 입이 건조한 병’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는 이 질환의 겉모습일 뿐입니다. 실제로 이 병의 증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광범위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의 특성상,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병을 진단받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피곤한 체질인가 보다’, ‘입술이 원래 잘 트는 편이겠지’, ‘건조한 계절 탓이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쇼그렌증후군의 분명한 신호였습니다.
눈의 건조증, 가장 흔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증상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공눈물을 넣어야 겨우 일상생활이 가능했습니다. 눈이 시리고,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따갑고, 심할 때는 뿌옇게 흐려져 운전조차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쇼그렌증후군에서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안구 건조증입니다. 단순한 ‘피곤한 눈’이 아니라, 눈물샘이 망가지면서 눈이 물리적으로 마르는 현상입니다.
안과에서 받은 Shirmer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정상인의 눈물 분비량이 10mm 이상인데, 저는 양쪽 눈 모두 3mm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동자가 건조하게 쓸리는 느낌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 증상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각막 손상,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입 마름과 구강 통증,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통
제가 처음 병원을 찾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입안의 궤양과 지속적인 구강 건조증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있고, 물을 마셔도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구강 건조는 식사뿐 아니라 대화 자체도 힘들게 만듭니다. 말을 많이 한 날은 목이 따갑고, 혀 끝이 갈라지며, 입술은 수시로 터졌습니다.
특히 침샘 기능 저하로 인해 침 분비량이 줄어들면, 입 안 세균이 빠르게 번식해 충치, 잇몸 질환, 입 냄새가 심해집니다. 저는 이로 인해 평소보다 자주 치과를 방문해야 했고, 작은 구내염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만성 피로, 설명할 수 없는 탈진 상태
쇼그렌증후군 증상 중 가장 간과되기 쉬운 것이 바로 만성 피로입니다. 단순한 ‘피곤함’이 아닙니다. 저는 밤에 8시간 이상 자고도 낮에 눈을 못 뜰 정도로 피곤했고, 30분만 걸어도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처음엔 빈혈이나 갑상선 문제를 의심했지만,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이 피로는 면역 시스템이 끊임없이 몸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되자 자연스럽게 우울감도 뒤따랐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지쳐 있지’라는 자책이 이어졌고,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 중 상당수가 이 피로로 인해 일을 그만두거나, 일상에서의 활동량을 크게 줄이게 됩니다.
관절통과 근육통, 류마티스 증상과 유사한 통증
저는 손가락 관절이 뻣뻣해지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을 펴는 것이 힘들었고, 타이핑을 오래 하면 손가락이 저리고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달리 관절이 부어오르지는 않았지만, 마치 미세하게 온몸이 뻐근한 듯한 통증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쇼그렌증후군이 류마티스내과 질환에 속할 정도로 관절에 영향을 주는 병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특히 관절염, 근육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피부 증상과 혈관염, 예측하기 어려운 전신 증상
쇼그렌증후군 증상은 눈과 입을 넘어서 피부와 혈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겨울철이 되면 손끝이 하얗게 변하고 저려오는 레이노 현상이 심해졌고, 때때로 팔이나 다리에 이유 없는 붉은 반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혈관염 또는 면역복합체에 의한 반응으로, 피부 아래 모세혈관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장기에도 같은 방식의 염증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부 증상은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림프절 비대와 림프종 위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경고
제게 있어 가장 두려운 증상은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었습니다. 목 아래,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위 림프절이 자주 부었고, 그 통증이 단순한 감기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는 일반인보다 비호지킨 림프종 발생률이 10~40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항Ro 항체가 양성이고, 침샘이 지속적으로 비대해 있는 환자는 림프종 위험이 더 높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알고부터는 림프절 변화에 매우 민감해졌고, 작은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러한 경각심은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태도입니다.
소화기계와 호흡기계, 숨은 증상도 주의해야 합니다
쇼그렌증후군은 위장 장애, 간 기능 저하, 폐렴, 기관지염 같은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는 종종 이유 없는 복통과 설사를 반복했고, 검사 결과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담관염이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호흡기 쪽으로는 마른기침이 계속되고, 폐기능 저하를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이는 건조한 점막 손상과 관련 있으며, 폐렴이나 폐 섬유화로 진행되면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조기 대응이 필요합니다.
신경계 증상, 무시할 수 없는 신호
드물지만 무서운 증상 중 하나는 말초신경염과 인지기능 저하입니다. 저는 발끝이 화끈거리거나 저린 증상이 반복되었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기를 겪었습니다. MRI와 신경전도검사까지 받았고, 결국 자가면역성 말초신경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신경계 증상은 단순히 피로나 수면 부족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쇼그렌증후군에서는 신경 자체를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이 만들어낸 증상들, 그 자체가 현실입니다
쇼그렌증후군 증상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날마다, 계절마다, 체력 상태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저는 오늘 눈이 뻑뻑한데 내일은 관절이 아프고, 또 어떤 날은 구강 궤양으로 식사를 못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고통이 반복되는 것이 이 질환의 진짜 얼굴입니다.
그러나 증상이 다양하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수록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쇼그렌증후군 증상은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병과의 첫 번째 싸움입니다.
증상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내 몸은 언제나 나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당신도 이제 그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